토막 생각
그날이 오면
날마다 불러 가는 아내의 배,낳는 날부터 돈 들것 꼽아보다가손가락 못편채로 잠이 들었네.×뱃속에 꼬물거리는 조그만 생명(生命)「네 대(代)에나 기를 펴고 잘 살아라!」한 마디 축복(祝福) 밖에 선사할 게 없구나.×「아버지」 소리를 내 어찌 들으리나이 삼십(三十)에 해논것 없고물려 줄것이라곤 「선인(鮮人)」밖에 없구나×급사(給仕)의 봉투 속이 부럽던월급(月給)날도 다시는 안올상 싶다그나마 실직(失職)하고 스무닷샛날.×전등(電燈) 끊어 가던날 밤 촉(燭)불 밑에서나어린 아내 눈물 지며 하는 말「시골 가 삽시다, 두더지처럼 흙이나 파먹게요.」×오관(五官)으로 수며드는 봄가을 바람인듯 몸서리 쳐진다.조선(朝鮮) 팔도(八道) 어느 구석에 봄이 왔느냐.×불 꺼진 화로(火爐) 헤집어담배 꼬토리를 찾아내듯이식어버린 정열(情熱)을 더듬어 보는 봄저녁.×옥중(獄中)에서 처자(妻子) 잃고길거리로 미쳐난 머리 긴 친구밤마다 백화점(百貨店) 기웃거리며 휘파람 부네.×선술 한잔 내라는걸주머니 뒤집어 털어 보이고돌아서니 카페의 붉고 푸른 불.×그만하면 신경(神經)도 죽었으련만알뜰한 신문(新聞)만 펴들면불끈불끈 주먹이 쥐어지네.×몇 백년(百年)이나 묵어 구멍 뚫린 고목(古木)에도가지마다 파릇파릇 새엄이 돋네뿌리마저 썩지 않은줄이야 파보지 않은들 모르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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